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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14:37

김병욱 PD는 어느 인터뷰에선가 '지붕 뚫고 하이킥'을 구상할 때 1980년대를 배경으로 식모와 운동권 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지만 제작비 때문에 시대 설정을 바꿨다고 했다.(나는 감독의 이런 이야기 때문에 드라마 후반까지 지훈-세경 라인에 대한 기대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또 경향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IMF 이후에 더욱 더 신분 사회가 된 지금 시대에, '식모'라는 캐릭터는 현실성을 획득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 부터 '따라잡지 않으면' 점점 더 벌어지는 격차 사회에 살고 있는 세경-신애 자매의 미래를 상상해보면, 신애와 해리는 엘리자베스를 나눠 가지고 노는 친구가 될 수도 있지만 10년 후에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둘이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어깨를 견주며 베프가 된다는 상상은, 오히려 더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지붕 뚫고 하이킥'은 분명 픽션이지만, 이야기 속에 반영된 너무도 현실적인 상황 인식 때문에  더욱 더 블랙코미디로 호응을 얻었고, 감독과 작가진의 치밀한 현실 관찰을 토대로 한 논픽션과도 같은 이야기 때문에 사랑받았던, '빵꾸똥꾸' 논란에도 팬들이 '현실성'을 근거로 쉴드를 쳐줬던 그런 시트콤이 아닌가. 이 이야기 속에서 세경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가난과 식모살이를 벗어나는, 지위 상승을 이루는 방법, 검정고시와 대학 입학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그러나 식모 월급 60만원을 받는 세경이, 공부와 경제 활동과 신애 양육을 동시에 해낼 수 있을까.
 '지붕 뚫고 하이킥' 결말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지훈-세경의 죽음이 '예상치 못한 결말'이라 충격을 받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PD와 제작진의 '그들 삶'에 대한 결론이기도 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충격과 논란이기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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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마라. 음... 내가 주제 넘는 참견인 거 알지만 안 갔으면 좋겠다."
"왜요?"
"너 검정고시 안 봐? 그거 다 너 미래를 위해 준비한 거 아니었어? 물론 너가 가족이랑 같이 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남태평양 그런 섬에 가서 니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나면 니 미래는 뭔데? 난 니가 지금부터 니 미래를 향해 달려서 나중에... 오늘 병원에서 당한 일이나, 남이 먹을 사골이나 밤새 끓였던 시간을 좀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
진심으로 저도 감사하지만, 갈려구요."
"왜?"
"가야할 이유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도 반반이라서 힘들었지만 결국 이틀을 꼬박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에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할 수 없죠. 바보같았던 저를 탓할 수 밖에."
"내가 널 붙... 알겠다. 혹시 내가 도와줬으면 하는 거 있니? 있으면 말해."

 김병욱 PD는 처음부터 식모 세경과 지훈 캐릭터를 중심으로 '지붕 뚫고 하이킥' 이야기 구조를 확장해나갔는지도 모른다. 종방연에서 하이킥은 '뒤늦은 사랑의 자각'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준혁-세경 커플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왜 세경-지훈 라인이 전면에 부각되었는지 황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을 러브 라인이 가미된 블랙 코미디가 아니라, 2010년의 신분제 사회에 대한 르뽀같은 픽션으로 읽으면서,나는 이 충격적인 결말에 대해서 펑펑 울면서 수긍하고 말았다. 논문 쓰고, 수술하고, 토막 잠을 자며 가족은 물론 누군가에 대한 감정의 촉이 자랄 틈도 없던 '이지훈 개자식'을 세상으로 끌어준 것은 황정음과 신세경이다. 그렇지만 황정음과 신세경 모두 예외가 규범이 되고, 규범이 예외가 되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둘 다 서울 속에서 살 수 없어 대전으로, 타히티로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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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 때 맨 처음에 만났던 사람이 아저씨였는데, 떠날 때 맨 마지막에 인사를 드리는 것도 아저씨네요. 실은 가기 전에 아저씨 꼭 보고 싶었는데, 이루어져서 너무 좋아요."
"이민 갈 이유 안 갈 이유가 반반이었다고 했지?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뭐야? 아빠랑 셋이 사는거?"
"네. 그리고 신애한테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신애?"
"언젠가부터 신애가 자꾸 저처럼 쪼그라드는 것 같아서요. 식탐 많던 애가 먹을 거 눈치를 보고, 아파도 병원갈 돈이 없을까봐 걱정하고, 그게 마음에 아팠어요. 그래서 가난해도 신애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안가고 싶었던 이유는?"
"검정고시 꼭 보고 싶어서, 그래서 대학도 가고, 아저씨 말대로 신분의 사다리를 한 칸이라도 올라가고 싶었어요. 근데 언젠가 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사다리를 죽기 살기로 올라가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밑에 있겠구나. 결국 못 올라간 사람의 변명이지만.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가기 싫었던 이유는 아저씨였어요. 아저씨를 좋아했거든요. 너무 많이. 처음이었어요 그런 감정.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설레이는. 밥을 해두, 빨래를 해두, 걸레질을 해두. 그러다 문득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구, 부끄럽고 비참했어요."
"미안하다. 내가 한 말들 때문에 네게 상처주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아니에요. 다 지난 일이구, 전 괜찮아요. 그동안 제가 좀 컸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의 끝이 꼭 그 사람과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는 걸 이젠 깨달았구, 그래두 떠나기로 하구 좀 힘이 들긴 들었어요. 아저씨랑 막상 헤어지면 보고 싶어서 못 견딜 것 같아... 그래두 마지막에 이런 순간이 오네요. 아저씨한테 그동안 마음에 담아놓은 말들 꼭 한번 마음껏 하고 싶었는데, 이루어져서 행복해요. 앞으로 어떤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늘 지금 이 순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다 와 가나요?"
"어."
"아쉽네요.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뭐?"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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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지붕 뚫고 하이킥'을 좋아했던 한 이유는 이것이 너무도 논 픽션 같아서였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픽션이 아니어서 미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 이야기가 사람들이 기를 쓰고, 애를 쓰고 만들고 있는 희망을 담지 못해서라면, 그건 어떤 현상일까? 사람들이 이 텍스트를 통해서 공통의 현실 인식을 하면서 각자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삶에서 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어떤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일까?

 동시에 사람들이 126회에 달하는 하이킥의 틈새에서 '지옥에서 온 식모' 신세경 귀신설과 같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다른 삶을 부여한다 드라마 제작상 발생한 오류일 수도 있는 틈새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짜내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또 이렇게 살아있는 사람들 대로, 이쪽 현실에 있는 사람들 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며 하이킥을 보낸다.

"잘~ 가~ 이 빵꾸똥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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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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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에서 본 Central 인근 홍콩섬. 이 풍경에서 유리는 무간도를 읽어냈다.
2009/08/06 1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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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깨어 보니 창문에 나팔꽃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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