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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야기와 죽은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31건
2010/01/2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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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에서 본 Central 인근 홍콩섬. 이 풍경에서 유리는 무간도를 읽어냈다.
2009/04/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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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피아노를 치는 어린 배우의 눈매가 '아무도 모른다' 때의 야기라 유야와 많이 닮았다.
ㄴ어느 블로그에서 아빠가 아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문화의 차이를 느꼈다'는 말을 읽었는데... 음... 정말요?
ㄴ오랫동안 빌붙어 사는 자식새끼 처지만 생각했지 벌어먹이는 부모 처지 생각은 (너무) 외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ㄴ'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있는 걸 말해주세요.' 새삼스럽게 이따위 말을 할 때는 짐싸라는 신호인 것이다.
ㄴ평화를 위해서 미군에 입대한다는 것은 실제로 일본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일까?
ㄴ 후반의 1/4은 드러내거나 달리 만들었어도 좋았을텐데... 많이 아쉽다.  굳이 새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몸부림 치지 않아도 "그럼 뭘하면 돼요?" "어떻게 하면 돼요?"같은 질문이 몇번이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ㄴ 피아노치는 장면은 소문처럼 참 곱더라. 그러나 나는 '시험관들, 언제 채점하나'만 골똘히 쳐다보고 있었다.
ㄴ 다음에서 검색하니 아래 세가지 버전의 포스터가 뜬다. 특히 가타카나로 도쿄소나타라고 적혀 있는 것이 좋다. 영화에서도 고가를 사이에 두고 빌딩 혹은 맨션과 주택이 경계지어 있는 장면이 좋았다. 삶의 권위의 구획이 도시 위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몇번이고 동물들의 움직임처럼, V자로 날아가는 철새 무리와 맞딱뜨린 참새가 당황하듯이, 바다로 물고기 잡이 떠나는 펭귄들을 바라보며 몸을 다시 둥글게 마는 바다생물처럼, 그런 인간의 무리들이 재현되는 몇몇 장면이 머리에 남았다.
ㄴ 영화를 보고 뭔가를 메모했는데 무려 글자 세 줄이 겹쳐 적혀서 아무리 애써도 해독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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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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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위를 알 수 없다"는 판단 혹은 "절박하지 않다"는 사후의 느낌, "커다란 위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현재의 느낌... 그건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이런 메시지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2002년에 만들여 졌다니, 일본과 한국은 같지만 다른 시대를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지. 당시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각성이 있었는지 생각하면 이리 간단히 내뱉고 말 것은 아닌 것 같다. 인류가 망하기 직전으로 몇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 간다. 그리고 현재의 누군가들과 교감한다.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듣는다.

<꾿빠이, 이상>을 읽었다. 김해경은 이상을 만들었고, 이상을 살리기 위해 김해경을 죽였다는 것이 김연수의 주장이다. 우리는 믿는대로 진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만들어진 진실/허상 속에 살면서 우리는  "산다는 것"을 어떻게 지각할 수 있을까? 과거도, 미래도 없는 <현재>를 살아라는 말은 꼭 '죽은 시인의 사회'의 메시지처럼 미래를 위해 빌린 돈의 이자를 갚듯이 살지 말고 지금, 네 자신을 위해 살아라는 말같이 들리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 '현재'가 무엇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과거의 연장에서의 '현재'가 사라진다면? 과거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기억상실도 아니고,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땐? 이 드라마는 시간과 기억이란 것이 단지 한 사람의 몸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지 머리 속에 있는 것은 금새 '헛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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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나, 살아갈 의미는 생존에는 필요 없어.
약한 생물은 멸망할 수 밖에 없는 세계다."
입과 똥구멍 밖에 안남은 인간의 미래가 그러게 말했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은 러브레터를 쓰는 사람인가, 받는 사람인가?
2009/01/13 18:44



2008년 마지막 날, 강남 씨너스G에서 캬라멜맛 팝콘 냄새에 둘러 쌓여 본 <벼량 위의 포뇨>. 영상 속 '리사'는 새까만 단발 머리였지만, 내키는 대로 파를 퍽퍽 썰어대고, 파도보다 잽싸게 차를 요리조리 몰고 벼랑 위의 집으로 달려가는 그녀는 <롱 베케이션>의 미나미 그 자체였다. 그녀의 씩씩한 목소리는 정말 가슴 저 밑바닥까지 안심이 돼.

2008년 NHK 홍백가합전에서는 기무라 타쿠야의 나래이션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주제가로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그 무대를 소개할 때 기무라 타쿠야가 손으로 포뇨 흉내를 내는 것까지는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무대 한가득 아이들이 등장해 저 동작을 할 때 나는 왜인지 <벼랑 위의 포뇨> 오프닝에 등장하는 화면가득한 해파리들 생각이 났다. 포뇨는 자연에는 싫어하는 생물, 끔찍한 동물들도 잔뜩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이번 여름 옌타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튜브 밑으로 수십마리의 해파리들이 푸른 빛을 반짝거리던 끔찍한 기억이. 심지어 포뇨는 해파리를 이불로 덮고 잠이 든다. (헉)



덧. 2009년 1월 1일에 명동에서 만두국을 사먹고 본 <렛미인>.
왜 뱀파이어는 "들어와"라고 초대/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저작자 표시
2008/11/08 12:53
메가박스 일본 영화제에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상영한다.
J's bar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건가? 레코드 샵이 있던 해안도로도?
이 책의 원서를 소리내어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었다.
'나'와 '쥐'는 잘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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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일본 영화제
2008/10/24 14:14

수업이 없었던 이번 한 주, 행복한 휴가를 보냈다. 마침 날씨도 우중충하고 때때로 비도 와서 집이나 커피숍에 박혀 있기도 좋았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어서 밤 늦게까지 캔 맥주를 쌓아놓고 드라마 하나를 쭉 달리기도 했다. 과음하지 않은 다음 날이면 아침 밥상머리에 앉아서 잡은 책을 점심먹기 전까지 다 읽을 수도 있었고. 한주 수업이 없어서 다음 주 수업 준비를 두배로 해야한다는 사실같은 것은 새하얗게 잊고 이런 저런 이야기에 푹 빠져서 한 주를 보냈다.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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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달을 판매하는 부동산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봉이 김선달보다 좀 더 통이 큰 사람이다. 이걸 사기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달을 왜 사나요?" 노란빛이 도는 콘트라스트가 쨍~한 영상이 조금 힘들었다.

문철이는 꼭 책을 사면 책 겉에 덧 씌워져 있는 껍데기를 빼놓고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표지를 씌워 놓는다. 더러 그 표지를 잃어버리곤 해서 내가 엄청나게 화를 내곤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표지를 잃어버렸을 때는 정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도서관 책들은 대부분 이 겉표지들을 벗겨 놓는다. 많은 책들이 진짜 책 표지 디자인을 단색에 책 제목만 새기는 정도로 간단하게 하는 것 같은데 이번 주에 읽은 두권의 책은 책 표지가 정말 예뻤다. 저 골지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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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등이 모여있다는 오다이바. 일본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가끔 오다이바같은데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인공적인 장소의 매력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최신(?)의 공원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장소에 가면 그 쌔끈한 바닥과 가로등이 사람이 입주하지 않은 신도시에 온 것 같은 정없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저 컨테이너 선적장에서 도쿄만과 오다이바를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 표지가 양쪽을 함께 담은 파노라마 사진이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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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흙같이 어두운 낮에 산 그림자가 겹겹이 쌓여있는 이미지의 책 띠는 예쁜데, 그 위에 크게 빵빵 새겨진 이 책에 대한 찬사가 좀 부담스럽다. 조금 겸손했어도 좋았을텐데. 저 띠를 벗기면 이 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그 겉표지를 벗기면 문학동네 스타일의 거친 하드보드 표지가 있다. 문학동네의 책들은 책 겉표지를 벗기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읽을 때 안정감이 있다.

지난 일요일에 친구가 데이트를 하러 떠나간 커피숍에 앉아 코맥 매카시의 '그곳엔 천국이 있을까'를 읽었다. 최근에 '모두 예쁜 말들(원제: All the pretty horses)'라는 제목으로 다시 발간되었다. 고려원에서 96년에 나온 '그곳엔 천국이 있을까'는 중간중간 어린이 동화책 삽화같은 그림이 뜨악스럽게 등장한다.


이 책은 '모두 다 예쁜 말들(words)'가 아닐까 싶게 두 소년이 말을 타고 미국에서 멕시코로 넘어가는 장면, 야생마를 잡으러 산을 말타고 다니는 장면 묘사가 아름답다. 별이 가득한 한 밤 중, 동이 트는 새벽, 해지는 황혼... 모든 시간에 아이들은 말을 타고 달린다.

태양으로부터 핏빛 먼지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발뒤꿈치로 말의 옆구리를 찾고, 계속 달려갔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구릿빛으로 달구는 태양과 저녁 들판 너머로 서쪽에서 불어오는 붉은 바람을 마주한 채 말을 달렸다. 사막의 작은 새들이 재잘거리며 고사리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말과 말에 탄 사람, 그리고 또 한 마리의 말이 지나갔고, 그들의 긴 그림자들이 마치 하나의 몸뚱어리인 것처럼 일렬로 그림자를 지어 지나갔다. 그들은 지나갔고, 어두워져가는 대지, 즉 미래의 세계 속으로 가물가물해져 갔다. (p.254, 2권)

야마시타 토모히사랑 나가사와 마사미가 콤비로 나온 드라마 두개를 연달아 봤다. 무려 22시간! (편당 40분 내외이기는 했지만) <프로포즈 대작전>과 <드래곤 사쿠라>. 예쁜 애들이 나온 드라마라 22시간이 질리지 않았다. <구구는 고양이다>를 보고 <프로포즈 대작전>을 봤는데,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느라고 며칠 머리와 가슴이 답답했다. 사람이 시간을 들여서(거래해서) 얻게 된 것이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 대해서 수긍하는 것,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그것을 수긍하는 과정에 있는 주인공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젊은 야마삐는 그래도 분해하고 있었고, 천재 만화가 아사코 선생님은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공부의 신>이 <드래곤 사쿠라>를 리메이크해서 준비하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드래곤 사쿠라> 관련한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아~ 공부하고 싶다'라는 말이 되게 많이 있다. 확실히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입시와는 다시 연이 없을 사람들에게 "아~ 공부하고 싶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는 한다. 도쿄대 입시를 진두지휘하는 아베 히로시의 태도는 굉장히 한국 사교육 입시에 녹아있는 욕망을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생각은 도쿄대에 들어간 다음에 해라. 그리고 니 인생이, 니 인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라. 인생에 대한 계획은 그 다음에 해라.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다면 등산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도쿄대에 가는 방법도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커다란 줄기랄까. 요즘 세상을 사는 방법과 옵션이 별로 없다는 뻔한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내가 답답하고 황당하긴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그렇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건하씨 말처럼 이 드라마가 리메이크 될 때 한국의 10대들이 <공부의 신>을 어떻게 보게 될까? 그 입시의 폭력이 드라마로 재현되는 것을 바라보는 10대들에게서 현실세계의 입시의 폭력의 깊이와 강도, 그 상처를 보게 될건가?
2008/10/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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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에서 3억엔을 가지고 도주한 바바짱이 40대에 접어든 천재 만화가 고지마 아사코로 분한 <구구는 고양이다>. 키치죠지, 호수와 동물원과 벗나무 숲, 그리고 오래된 고로케 가게가 있는 마을. 그곳에서 아사코 선생님은 햇볕 아래 앉아 조로한 사람처럼 서늘한 우울에 잠겨 살고 있다. 사투리를 감춘 느리고 한톤 가벼운 목소리를 가지고. 가을 볕에 세상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조금이라도 울적한,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길. 시간이 흐르는 것을 떨리는 가슴으로 마주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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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세상이 뒤집어져 보여요."
"하늘이 내려다 보이네."

덧. 아사코 센세로 분한 고이즈미 쿄코 그녀의 삶이 굉장히 강하다. 그래서 바바짱 역할을 했구나! 반했다!
 
2008/10/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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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뒤 우리는 기차의 내부로 들어간다. 노리코가 혼자 앉아서 멍하니 차창 밖을 쳐다본다. 그녀의 마음은 딴 데 가 있다. 잠시 뒤 그녀는 무릎 위에 있던 시어머니의 시계를 집어 든다. 그녀가 뚜껑을 열자 갑자기 초침이 째깍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노리코는 시계를 들여다 본다. 그녀의 얼굴은 슬프면서도 명상적이다. 손바닥에 놓인 시계를 들여다보는 우리는 이제 시간 그 자체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느낀다. 기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시간은 앞으로 진행하면서 우리를 인생, 더 많은 인생쪽으로 밀어붙인다. 그러나 시간은 과거이기도 하다. 죽은 시어머니의 과거, 노리코의 과거, 현재 속에 깃들어 있는 과거, 우리가 안고 미래까지 가지고 가야 할 과거.
 기차의 경적 소리가 우리의 귀에 크게 울려 퍼진다. 귀청을 찢어 놓는 커다란 소리, 인생은 실망스러워요, 그렇지 않아요?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
 이어 장면은 갑자기 끝난다.

 폴 오스터, 어둠 속의 남자, 108-109

 이 책에서 '책 전체의 이야기'로부터 잠시 양지바른 곳으로 소풍 나온 것 같은 부분이었다.


2008/10/07 12:49

1.

[더 걸]이 1990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많이들 알고 있었나?  2006-7년 쯤에 좀 오래된 색을 입혀 만든 영화인 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검색해보곤 깜짝 놀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1990년은 별로 오래되지 않은 과거였는데, 요즘 나에게 1990년은 굉장히 먼 옛날로 느껴진다. 초등학교 3-4학년이었을 그 때가.

"당신은 39-45년에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 이후에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쏘냐는 남다른 정의감이 있는 아이지요."
"쏘냐는 지금 왜 이런 겁니까?"
"그러면 남들은 도대체 왜 이렇습니까?"


영화는 한 편으로 굉장히 연극적이어서, 화면 속의 한 장면이 갑자기 연극 무대 변하듯 확장되기도 이동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의 기술들이 영화의 내용과 굉장히 좋은 궁합을 이룬다. 긴박한 연극이 그렇듯, 특히 쏘냐가 필딩 마을의 친나찌 행적과 은폐를 추적하기 시작할 때에 조각보를 짜깁은 것 같은 장면들의 솜씨좋은 바느질은 연구나 취재, 글쓰기에서 이야기들을 엇붙이고, 확장하는 그 실제 과정이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통일 전 서독과 남한은 어찌 이렇게 비슷한지. 과거의 역사가 분단으로 공구리쳐지면서 과거라는 비밀 폴더에 접근할 때 '빨갱이!' '공산주의자!'라는 사이렌을 울려버리는 것까지. 홀로코스트의 시간에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가 못지 않게, 그 이후에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당연하게 현재에는 너무도 중요하다.


2.
약 2주된 꿈 이야기. 전후의 과정은 다 잊혀졌지만 그 중요한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꿈 속에서 불광천 비슷하지만 훨씬 더 깨끗하고 반딧불이 살 것 같은 개울가에 갔는데, 아마도 거머리 비슷한 것에 어깨를 물린 것 같았다. 통통한 검은 지렁이같은 것을 떼어서 수풀 속에 던졌는데, 어떤 어르신이 달려오더니 내 손목을 잡고 양손으로 여드름을 짜듯이 꾹꾹 누르는 것이다. 이건 X-files도 아니고, 손목에서 가늘고 긴 검은 실뱀이(더러는 피를 쪽쪽 빨아서 통통해진) 줄줄이 나오는 거다! 나오다가 중간에 끊어지면 다시 그 끝을 찾아서 뽑아내고... 그 밤 꿈 속에서 약 스무마리의 실뱀이 손 목에서 뽑아져 나온 것 같다. 징그럽지도, 소름끼치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신기하고, 시원했다. 아, 그 피먹고 통통해진 실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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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활자를 읽는 것이 이렇게 스트레스가 된 적이 없었다. 한 수업을 준비하며 영어 텍스트 한 두개와 한글 텍스트 서너개를 읽고 쪽글을 쓰는데, 그간 영어뿐만 아니라 공부 자체를 설렁설렁 했었던 탓에 기본적인 개념들이 머릿 속에 제대로 된 집을 짓고 있지 못했다. 거기에 한글과 영어가 만나니까 '생산양식'='mode of production'이라는 짝짓기자 잘 안되는 거다. 기본적인 사전조차 만들지 못했는데, 여기에 practice를 행동, 실천 등으로 3-4개의 한글로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으면 나는 이 단어들을 주어 한 바구니에 담을 생각도 못하고 어이를 놓아버리고 만다. 한 밤 중에 머리를 책상에 박고 책 위에다 '분신사바'하듯 연필만 죽죽 그을 뿐. 아, 정말... 언어들에 집을 지어주는 사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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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4 23:19

나와 내 친구들은 이제 막 함께 여행을 다니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기차를 타고 싶다는 지현이의 말 한마디로 떠난 익산. 호남선은 KTX의 속도와 요금이 무색하게 대전 이후로는 '무궁화호'의 속도에 발 맞추어 가는 정도라, 익산은 무궁화호를 타고 왕복 6시간, 3만원에 다녀올 수 있는 장소다. 서울이 아닌 소도시에서 볼 수 있는 논과 밭이 섞여 있는 낮은 landscape. 굽 높은 부츠를 신고 바위 산을 올라 익산을 내려다 보니 원광대 근처로는 더 샵이나 자이, 래미안 류의 아파트 브랜드들이 쑥쑥 솟아 있다. 규호 말마따나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도시 설계를 배우겠다고 공무원들이 쭉쭉 유럽 탐방을 하고, 아파트 건축 허가를 내주는 나라가 바로 여기다.

익산에서 발견한 두가지 보물은 다가포가든의 갈매기살 연탄구이. '전라도'의 갖은 양념이 잔뜩 든 묵은지와 밑반찬도 훌륭하지만, 서비스로 나오는 두부를 뭉개 향과 맛이 너무 진하지 않은 청국장도 두 뚝배기나 뚝딱 비웠고, 갈매기살이 듬뿍든 김치찌개도 대단했다. 거기에 호박을 넣은 맑은 국수까지.


두번째 보물은 '엘베강'이라는 역전의 작은 술집. 떡볶이집에서 주문하듯이 맥주, 쥐포, 오징어, 오징어입, 김 등이 적혀있는 주문서에 몇 개, 몇 개 표시해서 드리면 바로 옆에서 지지직 구워서 내준다. 오래된 쥐포 구이 누린내가 벽에 켜켜이 배어있는 곳. 집 근처에 있다면 매일 혼자 들러서 저녁 일일드라마나 야구 경기를 보며 맥주 두 쪼끼쯤 시원하게 마시도 돌아갈 '참새 방앗간'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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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3 11:32

올해 이사하면서 드디어 확장한 책장. 좁은 방 양쪽으로 각각 가로 두 폭씩 있다. 그 중에서도 오르한 파묵의 검은 책은 방문을 열자 마자 왼편에 붙어 있는 책장의 정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내 가슴 높이에, 가장 잘 보이는 자리. 요즘 내심 찝찝했던 것은 이 책이 눈에 띄면 띌 수록 책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언제나처럼) 이스탄불에 사는 남 주인공이 어느 날 '나를 찾지 마세요'-혹은 '나를 찾으면 죽는다!'류의 보다 협박조의-엽서 한 장 달랑 써놓고 사라진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실종된 그녀의 매력적인 사촌을 찾아 책 속과 이스탄불 거리를 추적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여기까지. 주인공의 행적이 복잡해지면 복잡해질 수록 머리에 입력되지 않는 이스탄불의 지명과 인명 사이로 이야기가 흩어져 버렸다. 이 책을 언제 읽었더라? 오늘 흐릿한 하늘을 보니 기억이 난다. 거의 일년 전, 부산가는 무궁화호의 식당칸, 핑크색 의자.

그 때 적어놓은 블로그의 글을 이제 열어둔다. 공기를 모래 담듯 편명하게 자국 없이 꾹꾹 눌러 담았는데, 군데 군데 펑!하고 터져 오르는 느낌처럼, 이 날 하루의 기억과 기록이 그렇다. 잠수복을 입은 것처럼 세상과 나 사이를 차단하고 있는 공간, 그 겹을 뚫고 느닷없는 문장들이 튀어 들어오는 것이다. 그 멍한 느낌을 어떤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하루, 시간의 평탄함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질감. 어떤 단어를 갔다 대어봐도 고개를 절래절래. 대낮에 마신 4000원짜리 카스 한 병의 효과인가?

해운대와 바다거북이라... 바닷가에서 만난 사람이 보여준 핸드폰 사진이 기억난다. 그의 송곳니에 낀 고춧가루도. 쿡쿡.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를 한 방에 날려준 고춧가루. 답답해서 부산으로 튀어왔다는 그 사람은, 그래서 속이 시원해졌을까? 용궁사 절벽에서 파도에 뺨을 맞아도, 어쩌지도 못하는 인생 때문에 울고 싶은 기분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 모두의 삶에 행운을.

2008/09/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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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그 자리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이 있다. 에버랜드의 '지구마을'의 인형들이 그렇고, 모니카의 아파트에 눌러 앉아 냉장고를 축내는 6명의 친구들이 그렇다. 공중파 9번에서 하는 일일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개량한옥같은 곳에 살고 있어야 하고, <9회말 2아웃>의 난희와 변형태는 앞으로 그 관계가 어떻게 꼬이더라도 매년 함께 낚시를 가는 관계로는 남을 것이다. 그리고 <롱 바케>의 미나미와 세나는 갈색 쇼파에 나란히 앉아 (틀어진) 결혼식의 선물용으로 준비했던 와인을 뜯으며 끝나지 않을 수다를 나눌 것 같다. 나는 시간의 트랙 위에 놓여 있지만, 저들은 기나긴 휴가 속에 포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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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졸업"이라는 영화 봤어?
세   나: 응
미나미: 신부가 결혼식 당일에 다른 남자와 버스를 타고 도망가 버리는 내용.
           그게 말이지.. 도망 가버린 쪽은 꽤 드라마틱하지만 버림받은 쪽은 어떻게 되는 거지..
세   나: 조연에는 스포트 라이트가 비치지 않잖아요.
           조연이란 말이죠. 카메라가 쫓아가지 않는 법이죠.
           철칙이죠
미나미: 영화의 ?
세   나: 인생의
미나미: 언제가 되야 비로소 내 차례가 되는거지?
           난 대체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하루종일 빠칭코나 하고...
세    나: 저기 이런 식으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긴... 휴가... 라고...
미나미: 긴... 휴가라니 ?
세   나: 난 말이죠. 언제나 분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 있잖아요. 뭘 해도 잘 안 될 때가요.
           뭘 해도 안 되는 그럴 때. 그럴 때는 뭐랄까...
           말투는 좀 이상해도 하느님이 주신 휴식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지 않는다. 초조해 하지 않는다. 분발하지 않는다. 흐름에 몸을 맡긴다..
미나미: 그렇게 하면?
세   나: 좋아지는.. 거죠.
미나미: 정말로?
세   나: 아마도
미나미: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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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4:07
<우에노 쥬리의 영국 여행, 2007>라는 것을 봤다. 우에노 쥬리가 혼자서 영국의 농가에 가서 닭치고, 돼지 키우고, 말타고 하는 전형적인 농가체험 다큐이다. 여기에 플러스. 영국의 축축하고 시리고 어둑한 초겨울 날씨가 화면 한가득이다. 우에노 쥬리가 14살에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엄마가 있었을 때의 가족이 5각형이라면 돌아가시고 난 후에 네 귀퉁이가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제 모양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고. 그래서 다들 일찍 철이 들고 돈을 벌러 나갔고, 우에노 쥬리도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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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저편 - 10점
알렉스 쉬어러 지음, 김희수 옮김/화니북스

우에노 쥬리가 꼭 안고 나오는 책이 하나 있는데 <푸른 하늘 저편>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었다고. 이 책의 저자도 아버지를 간암으로 잃었다고 하면서 우에노 쥬리와 '죽음'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한다. 이 책도 죽은 후에 누나를 만나러 다시 이 승으로 찾아온 5살짜리 소년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저 화면을 보다가 생각한 것인데, 저런 풍경을 앞에 놓고 하늘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다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뽑아져 나올지도 모를 것 같다. 구름에서 실 잣듯이. 쌀쌀하지만 볕이 강해서 카메라가 어둑해지는, 눈이 아찔해지는 그런 광경이었다.

나도 뭔가 하나를 끊어내고 싶어서, 마디가 뚝뚝 끊어지는 머리카락 끝을 몽땅 잘라냈다. 찝찝하게 이고 다니던 붉게 물빠진 머리카락들을.
2008/03/13 00:25

1.
어제 신촌 Wibro 센터(?)에서 하는 오기사 강연회를 다녀왔다.
친구한테 빌린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로셀로나로 떠나다>를 마침 지난 일요일에 다 읽어서 :-)

오기사는 건물과 공간에 대한 그림으로 유명한 블로거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책 속에 포스트잇 플래그처럼 끼어있는 그의 '문장'들'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자신의 글은 여행 중에 착상된 특별한 감수성이 낳은 아이라고 공을 돌렸지만,
내가 마음에 든 이유는 초등학생의 그림일기같은 군더더기없는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스페인어에 목숨을 걸고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용하게 날 수를 채워가는 일상들이 나쁘지는 않았다.

가령 어느날 하루는 입으로 소리를 딱 세 번 냈는데,
안녕이라는 뜻의 올라Hola, 올라, 올라가 전부였다.
그나마 마지막 한번은 고양이에게 했던 말이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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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웠던 것 하나는
건설현장에서 주 7일 노동자로 3년간 일하고 난 후
만기 적금을 타서 떠난 여행의 결과물(그림)을 들고
그가 직접 출판사로 찾아갔었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자신이 '부모님을 부양해도 되지 않는 조건'이
여행과 유학과 그림과 건축으로 먹고 살기의 꿈의 길을 밟게 해준
'행운의 여신'의 왼팔쯤 되는 요소였다고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핑계대자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 걱정'만 덜어도,
'제 한 몸 건사하는 것'은 어찌됐든 해볼만 하다고 불안을 다독이기는 좀 더 쉬우니까.

'형태보다는 공간을 담고 싶다'는 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오늘 그의 신간을 주문했다.
그리고 나도 '3년 만기의 적금'을 깨지말고 끝까지 부어보자 결심했다. (!!!)

2.
2006년 말에 알라딘에서 응모한 '을유문화사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 이벤트에 당첨되었는데,
이벤트 상품으로 약속된 책(2007년 신간 전부)을 내내 못받고 있었다.

그러다 한달 전 쯤 인터넷에서 을유문화사의 새로운 이벤트를 보고 담당자에게 메일을 썼는데,
고맙게도 그는 나의 제보를 믿어주고 책을 보내주마 약속하였다.

많아야 3권 되려나 생각했는데 왠걸, 오늘 아주 묵직한 택배를 받았다.
나에게 이벤트 당첨의 행운을 주었던 <페기 구겐하임>도 덤으로 받아, 이 책을 어디에 풀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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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1 14:15
엘렌 페이지는 너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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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essa.
If you're still in
I'm still in
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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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ldy Peaches
Anyone Else But You

"You're a part time lover and a full time friend
I don't see what anyone can see in anyone else...but you"

2008/03/08 13:43

아오이 유우와 카세 료가 나오는 <카무플라쥬>라는 드라마.
4회짜리 특집인데, 아오이 유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직비디오와 사진집을 브라운관으로 옮긴 것 같다.
너무 말장난과 겉멋으로 가득한 것 같아서 보기 편하진 않았지만,
1-2화에 아오이 유우와 카세료의 그림이 너무 어울려서 끝까지 봤다.
일본어 공부하는 사람들 중 드라마에 어떻게든 귀를 꽂고 들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주인공들이 말수가 적고 느려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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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야.
꿈?
응. 꿈.괜찮아. 유령이 아니니까. 꿈이잖아? 들어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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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이쪽이 꿈, 저쪽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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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깼다가 꿈을 계속 꾸려고 수면제를 허겁지겁 먹고 다시 침대에 눕는 다거나 하는 '꿈'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니, 상투적이기도 하고, 너무 격해서 불편했다. 하지만 (네 꿈에)'들어가도 돼?'라는 카세 료의 대사도 괜찮았고, (아오이 유우의) 꿈 속에서 둘이 하는 것이 과거에 했던 것을 다시 반복하면서 그 시간을 '미이라'로 만드는 전형적인 '이별과 (유령과의) 재회'의 레파토리도 질리지 않았다. 아오이 유우는 예뻤고, 카세 료는 여전히 '소년'이었다.

그러나 꿈은 꿈, 유령은 유령. 그 맛있던 스타 덮밥 집에서 '비싼 와인'을 마셔도 맛을 느낄 수 없는 것. 그것이 죽은 사람이 다시 꿈 속에 찾아와도 결국 '꿈'이라는 것. 만질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온기를 나눌 수 없는 찬란한 색의 꿈이라는 것.

2008/03/08 13:22
7년 만에 평일 오후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보통은 기계에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예매한 티켓을 찾을 수 있었는데, 신촌 아트레온은 예매번호까지 요구했다. 기억날리가 만무. 상담 창구의 직원에게 갔더니
 
"4시 블루... 마이블루베리나이츠 4분 예약하셨죠?"

그냥 '블루베리 나이츠'라고 말해도 되는데. 저 길고 긴 외래어 영화 제목의 홍수 속에서 이 직원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hey
I need a someone to talk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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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bout most of the time?"
"most of the time keys stay in the jar"
"why do you keep them?" you can just throw them out"
"No, No I couldnt do that."
"why not?"
"If I throw these keys away.
and the doors will be closed forever
that shouldn't be up to me to decide. should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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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e king if the white c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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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onder how you remember me.
as a girl who like blueberry pies
or the girl with a broken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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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의 주인공이 갑자기 유산으로 많은 돈을 가지게 되었을 때 선택했던 것은 차를 사고, 가능한 멀리 '자신'이 있던 곳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이었다.

"돈의 진정한 이점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p.31)"

엘리자베스도 실연을 겪고 그를 잊는 '가장 먼 길'을 선택했다. 나도 자연의 커튼이 실시간으로 빛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 주는 그 긴 도로를 달리고 싶다. 물론 동전 하나에 행운을 걸어 빠찡고도 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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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7 01:15
* 압구정 스폰지하우스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GV 보고와서 메모.

 "<카모메 식당>에 이은 슬로우 라이프 무비 제 2탄!" 이라는 스폰지에서 만든 카피를 보고, <카모메 식당>의 친절하고 꽉찬 이야기를 상상하고 <안경>을 본다면 아마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까. 누구의 평마따나 "느린 것도 적당히, 이것은 지루한 이야기다"라는 비명을 지를지도 모르니까.
 30대 중반 즈음이라는 감독은 작고 마르고 너무 예뻤다. 게다가 (겨울이라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탄탄한 팔뚝을 가졌다고. 과격한 운동을 좋아한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인 이 감독의 영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모든 캐릭터가 안경을 쓴 이유도 특별히 없다. 제목이 <안경>인 이유도 특별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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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홈페이지에 있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섬. 이 영화 속의 삶의 방식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따. 주인공역을 맡은 고바야시 사토미가 섬에 도착해서 '하마다 여관'을 찾아 갔을 때, 굉장히 난해한 지도를 보고도 주인공이 헤메지 않고 찾아왔다니까 하는 말.

「才能ありますよ」 재능이 있군요.
「?」
「ここにいる才能」여기에 있을 재능.

 모든 것이 종교적이다. '불안해질 때 쯤 해서 80미터 더 가서 우회전'이라고 적혀있는 지도를 이해해야 하는 것도, 저녁 노을을 보고 사색을 하는 것이 창피한 이유도, 사쿠라 상의 자전거 뒷자석에 타는 것이 대단한 것도, 스머프 마을과도 같은 이 마을의 룰일 뿐이다. 이 방식이 (좀 이상한 캣치 프레이즈라고 생각하지만) 슬로우라이프라는 법도 없다.

 감독은 "등장인물=배우" 각각의 과거의 캐릭터에 영화의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봄이 되면 꽃이 피듯 '사쿠라상'이 이 섬에 와서 빙수를 팔기를 기다린다. 이야기를 움직이는 것은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이지만, 모든 사람이 기대고 있는 캐릭터는 사쿠라 (모타이 마사코)이다.  수십년간 일용엄니 연기만 했던 김수미처럼 모타이 마사코도 내가 본 거의 모든 영화에서 헤어스타일도, 눈빛도, 캐릭터도 거의 같았다. (심지어 안경까지 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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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데뷔작부터 모타이 마사코가 쭉 출연해왔고, 다음 작품에 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지만 이 배우만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쭉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니 파격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감독의 뮤즈는 고바야시 사토시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모타이 마사코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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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고토의 진료소>에 섬에 부임해 온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도 나왔던 배우. 홍대 산울림 소극장 1층 카페 수카라에서 12월에 유지 아저씨의 도시락을 판다고 한다. 하지만, 난 매실짱아찌는 좀... 한식도, 일식도 매실 짱아찌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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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 료 메가네 인터뷰
"외롭고 상냥한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좋은 의미입니다.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랄까. 그것을 살그머니 묻어주는 작품이군요."

* 평소 감독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 멋지게 대답하자면, 여행. 평범하게 대답하자면 고양이.

*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은지?
-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카세 료가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 안다'(何が自由か,知っている。)라고 독일어로 읊는 부분, 무엇을 인용?
- 프로듀서 오타 상이 지은 것. 원래 CF 카피라이터였음. 엔딩 곡의 작사도 함께 함.

『めがね』
作詞=太田恵美/大貫妙子作曲=大貫妙子
迷わずに 鳥は海を渡る
 あたたかな月は人を照らす
そして季節は色づき
この場所に立ち
風に吹かれよう
大地も人も 愛しく
 すべてがここにある
そして自由に生きている
 私がここにいる
You live freely only by
your readiness to die.
悲しみの 人に出会った時
私には何ができるのだろう
 たった ひとつのことだけ
あなたと並び
海へと向かおう
大地も人も 愛しく
すべてがここにある
 そして自由に生きてい
る私がここにい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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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시 체조'를 평소에 하는지?
- '이상한 버섯 무용단'의 무용수에게 부탁해서 만든 것이다. 평소에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과격한 운동을 좋아한다.

* '메르시 체조'를 할 때 어른 배우들은 무표정한데,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는다. 촬영 후 검토를 안하신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 아이들이 지쳐서 포기. 몇번이나 주의를 줘도 저렇게했다. 더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웃음)

* 슬로우라이프
- 나는 전혀 슬로우라이프라는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ぜんぜん、かんがえないです。

* なぜ、めがねですか?
- 의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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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 남자친구가 최근에 생겼다. 최근에 요리 시작. 원래 술을 무척 잘 마심. 30대 프로듀서가 좋은 술은 좋은 음식이랑 같이 먹으면 더 좋다는 것을 알려줌.

* 촬영지
- 가고시마현 제일 남쪽 조그만 요론섬. 오키나와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가야함. 일본에서 직항으로 9시간이면 가는 헬싱키가 가기 더 편함. 촬영은 봄철 한달만에 끝냄. 요론섬은 따뜻한 바람이 불고 시간이 천천히 가는 곳이라 배우들이 대사 외우기 힘들다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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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은 사쿠라상의 빙수를 먹으면 뭘 답례로 줄건지? (그러면 질문한 관객은 뭘 주고 싶은가?) (제가 감독님이라면 요리를 해서...)
- 푸시업 40번하는 것을 답례로 보여줄 것.
2007/11/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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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에 관한 신형의 평이라면 거의 전적으로 따르는 편이다. 그의 영화평은 최대 세개밖에 주지 않는 별점과 비슷하다. 영화에 대한 전체평은 '봐야할 영화-그저그런 영화' 정도로 매우 심플하다. 그러나 그의 예견과 선택, 평가를 거울로 삼았을 때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었고, 한발짝 나아가 영화의 디테일에 대해 언급하는 지점에서는 특히나.

 미투에 In America에 대해 써놓은 글을 보고 찾아보았다. 나는 가끔 '감상적인 영화'에 대해서 힘빠진다고 투덜댔지만, 이 영화 이후로 그만두기로 했다. 고통스런 과거가 있는 이민 가족의 이야기의 전형을 갖추고 있지만, '전형적'인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니까. '세가지 소원'이 갑자기 '네가지 소원'이 되면 이상하듯, 전형적인 이웃, 전형적인 병, 전형적인 상냥함과 따뜻함들이 잘 버무러져서 감동적으로 움직이고, 노래하는 영화. 특히, 크리스티와 애리얼 역을 맡은 두 자매 아역 배우에게 별 다섯개를 붙여주고 싶다. (게다가 데스페라도를 부를 때는 '천사의 목소리'라는 전형적인 수식어가 떠오르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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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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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같은 영화라는 소문에 일찍이 다운로드해서 보긴 했지만, 마침 스폰지 하우스에서 상영하고 있길래 이미 다운받은 화일을 두번이나 본 동생과 얼른 달려가 보고 왔다. 맛있는 냄새 솔솔 맡으며 핀란드의 백야와 건조하고 서늘한 퍼런 가을 하늘을 큼직하게 느끼고 싶어서.

요리를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 사람에게 진심어린 지적을 받은 끝에 내가 만드는 김치 볶음밥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을 만큼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 계란 후라이도 잘 안하게 되었지만, 30대의 적당한 때가 되면 카모메 식당같은 곳을 차리겠다는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기 때문에 4인용 식탁을 차릴 수 있을 정도의 몇가지 요리를 배워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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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편부터 가타기리 하이리, 고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2003년 방영된 일본 드라마 '수박'에 등장했던 3인방이다. 캐릭터는 변했지만 '수박'에서와 '카모메 식당'에서 이 3인방의 캐릭터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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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에서 고바야시 사토미는 30대 중반에 뒤늦게 부모로부터 독립과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성장통을 앓는 캐릭터였다. 그녀가 우연히 함께 살게된 하숙집 '해피니스 산차'의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으며, 툇마루에 앉아 보리차를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쭉쭉 빨며 그녀가 몸살을 앓고 건강하게 자신의 뿌리를 내릴 수 있게 지켜본다. '수박'에서 '부모로부터, 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30억을 가지고 도주한 직장 동료) 바바짱처럼.'라고 중얼거리던 하야카와 상(수박에서의 극중 이름)은 어떤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그러더니 핀란드 어느 골목가에서 카모메 식당을 열고 직접 식탁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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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어와 일본어를 뒤죽박죽 섞어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도 얹힌 응어리가 쑥 내려가도록 마음이 통하는 저 골목 사람들. 왜냐하면 그곳에는 무민 계곡의 동화도 있지만 사치에 씨의 '어서오세요'라는 마음도 있기 때문에. 누가 오더라도 '어서오세요.'라고 하고 곁을 내주고, 상을 차려주는 그녀는 오늘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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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를 위해 끓여주는 커피, 남이 나를 위해 만들어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 사치에 씨에게는 오니기리가 있다면 나에게 그런 음식은 무엇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큼직한 재료가 깍뚝썰기되어 듬뿍 들어간 노란 오뚜기 카레와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마늘쫑과 마늘 짱아찌. 참기름과 볶은 깨를 솔솔 뿌려 채썬 오이를 고명으로 올린 비빔 국수와 오이지, 바짝 구워진 살이 통통한 조기와 소고기 미역국 그리고 김치. 감기 걸린 사람을 위한 맑은 콩나물 국과 장조림, 콩나물 국 속의 둥글게 썰린 파 조각.

 내가 음식은 최악으로 하지만 어느 볕 좋은 길목에 식당을 차린다면 동네 사람들이 와서 훈수를 두며 시끌벅적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때까지 '어서오세요'하는 법과 맛있는 카레 만드는 법을 익혀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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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미도리상. 만약에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당신은 뭘 하겠어요?"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생각나는 걸 말해봐요."
"글쎄, 제일 먼저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요."
"역시나~. 저 역시 마지막 식사로 엄청난게 맛잇는 것을 먹고 싶어요. 아주 좋은 재료를 사다가 많은 음식을 만들어서 제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서 성대한 파티를 열고 싶어요."
"그럼...저도 초대해주실래요?"
"갓챠맨 주제가를 전부 아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만일 내일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사람들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할지 허둥대지 않아도 되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식당. 언젠가 나의 식당.


2007/07/01 12:09


하우스와 닥터 윌슨의 관계는 홈즈와 닥터 왓슨의 관계로 비교된다. House 시즌 3의 21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항간의 그 소문을 입증하듯 다음의 장면을 버젓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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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수박]의 신용금고 다니는 착실한 여주인공, 그리고 30억을 가지고 도주한 여주인공을 추적하는 경찰(마술사가 되고 싶은), 동네 3평짜리 바의 '이만 돌아가주세요'가 단골 멘트인 바텐더 3인방이 출연하는 [카모메 식당]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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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박을 뜨뜻하고 들척지근한 여름의 일본에서 보송보송한 핀란드로 배경을 옮긴 것 같은, 저 사람들뿐 아니라, [수박]에 등장한 모든 사람들의 느긋한 태도를 모두 반영한, 하드 속에 넣어두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싶은 영화.(가끔은 적당히 스킵-스킵도 가능)

무엇보다 놀란 것은 왼쪽의 두 여인이 카페에서 만날 때 제일 왼쪽의 단추같이 생긴 여자분이 읽고 있던 책. 분명 한글을 뗀지 얼마 안되어 고모할머니 집에 있던 그림도 없던 문고판으로 읽은 이야기인데, 아직 그 느낌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논노를 샀는데, 거기에 핀란드와 무민 특집이 있어서 반갑고 서운했던 기억도 난다. 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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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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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G를 조종하여 남의 삶을 통해 자신의 창조물을 만드는 사람

타인의 삶의 주연은 '새로운 인생'의 주인공들처럼 '천사'를 찾는 그 여배우가 아니라 게슈타포와 극작가. 이 둘이 서로를 두번 응시하는데, 그 때 둘다 서로에 대한 갈망을 키우면서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선택한다.

2007/04/22 15:41

'사랑해, 파리'는 크리스토퍼 도일이 맡은 차이나 타운 편을 제하고는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서로 비교하기도 싫을 정도로. 엘리야 우드가 흡혈귀로 나왔던 에피소드의 괴이한 이질감도 엔딩에서 이 에피소드 자체를 액자로 넣어버렸기 때문에 이전의 평가는 엎어버리기로 했다.

올드독의 영화노트에서도 꼽았지만 알렉산더 페인이 맡은 에피소드는 보는 동안 점점 더 사랑스러워진다. 아줌마의 밝은 파랑색 셔츠와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내리는 프랑스어 탓도 있겠지만, 파리 골목을 걸으면서 내가 여기서 우편배달부로 일하면 어떨까 상상하는 아줌마의 몸집에 비해 가벼운 발걸음이 강렬했던 탓이다. 몇몇 장면에서 순식간에 싸한 간질거리는 외로움이 옆에 쫙 펼쳐졌다가 순식간에 거두워지는 기분. 아무도 모르는 이 곳에 나홀로 왜 있는 걸까하는 장소의 외로움이 세계로 퍼지면서 갑자기 깨달음을 주는 순간. 나도 잠시 그녀 옆에 앉아 먹던 빵을 입에 물고 그 깨달음의 시공간을 관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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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린더 차다의 에피소드에서는 역시 이번에도 그녀의 장기인 똑똑하고 신념있는 소녀 캐릭터와 디아스포라의 시선을 팍팍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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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만난 두 판토마임하는 커플과 그들의 아들이 등장하는 [에펠탑 여행]도, 이혼을 앞둔 리치몽부부의  에피소드도 다 좋았지만, 역시 시각적으로 가장 즐거웠던 에피소드는 나탈리 포트만이 등장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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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빛나고 있는 그녀가 스타워즈보다는 소리치고 싶게 불안한 가운데 단단하게 자기를 유지하는 이런 캐릭터로 더 자주 연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그러나 가발은 좀, 안써도 되지 않을까.
2007/04/0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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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아나 팔라치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녀를 베이루트로 이끈 것은 성공과 성취에 대한 집착일까, 정의의 실종에 대한 분노일까 판단이 왔다갔다 했는데, The road to Guantanamo에 나오는 파키스탄계 영국인 네 청년이 아프가니스탄에 간 이유는 단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하는 호기심과 약간의 뜨거운 감정때문이었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전, A는 고향에서 신부감을 구해와라는 엄마의 말에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거기서 일주일을 머물며 결혼을 결심하고, 영국의 세 친구들을 파키스탄으로 불렀다. 그런데 마침 이들이 파키스탄에서 만난 것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간섭에 대한 아랍권의 분노와 이에 대한 사원을 중심으로 한 설교와 집회였고, 앞서 말한 '아프가니스탄에 무슨 일이?'라는 물음표 하나 가지고 칸다하르로 향한다.

<세상은 나를 울게하고,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의 주인공 신문배달부. 그도 파키스탄에서 파리까지 육로로 국경을 쉽게 넘어 가는데, 이 네 청년도 국경을 넘으면서 이렇게 아수라장일수가, 그리고 이렇게 쉽게 넘을 수 있다니-놀라며 봉고차를 10시간도 넘게 타고 칸다하르로 향한다. 국경을 넘기 전엔 단지 영국 내에서는 '파키'라고 불리는 종종 불만에 찬 소요를 일으키는 무리 중 하나였던, 브리티쉬 악센트의 영어와 뱅골어를 함께 사용하는 20대 청년이었다. 전시의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려했던 이들은 예기치 못하게 전쟁이 개시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다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려는 길에 친구 하나를 잃고, (영화로 보기에는) 거의 기적적인 행운으로 살아서 콴타나모까지 가게 된다.

우르드 어와 뱅갈어, 그리고 또 무슨 말을 쓰건 여러 국경을 넘나드는 다 똑같은 '회교도인'. 그들을 탈레반 전사로 탈바꿈 시켜 콴타나모로 쳐넣은 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부시. 그 입을 꼬매라.

세 명의 생존자의 증언을 따라 방송영상과 함께 재현 장면을 섞어 만든 다큐로 정확하진 않으나 아직 개봉된 바 없는 것 같고(사실 엄청 목빼고 기다림), 다운받아 봐야 했다. 얼마전 반전영화제에서 본 <조각난 이라크>의 경우 이라크가 어쩌느니 하는 설명하나도 없이 1학년을 4년째 다니는 (학대받는) 소년, 그리고 시아파 종교 지도자(떠오르는 젊은 지도자, 2인자쯤) 등이 등장해서 자기 삶에 대해 독백한다. 그가 누구인지, 그의 시선에서 이라크가 모습을 보여준다. <콴타나모 가는 길>도 직설적으로 콴타나모 기지가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반인권적인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그러나 그보다 직설적으로 여행/사건을 시간순으로 서사를 다룬다.)  그러나, 영국에서 병 좀 던지고, 난동 좀 피워서 보호관찰된 게 어째서 탈레반 전사랑 연결되냐고.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가, 결국 배째라는 심정으로 강해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밤 중에 노래 좀 불러보라고 청하는 미군병사(그가 제일 선량하게 등장), 규율때문에,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 때문에 큰 소리 치면서 '하나둘하나둘' 포로를 옮기는 미군을 보고 있으면, 이 것도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절망하게 된다.

심지어, 고래도, 산호초도 조금 오버해서 부시 탓에 자살하는데.
2007/03/19 23:13
동네에 (만화)책대여점이 생기면서 굳이 만화방까지 가지 않아도 양서를 편안하고, 저렴하게 섭렵할 수 있는 길이 생겼는데, 그러다가 내 취미가 이 것이구나!하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이 바로 '백귀야행'. 이것과 더불어 '세상이 가르쳐준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유우당'이라는 골동품 가게에 귀신씌인 물건들이 찾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담긴 만화책도 애독하던 것중 하나.(요즘 통 나오질 않는다 ;ㅁ;)

이유를 생각해보니, 사람이나 세상에 극한 해를 끼치지 않고,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골리는 것을 좋아하는 귀신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 어쨌든 이러저러한 사연이 가득한 귀신이나 물건들-특히 사람이 마음을 담을 정도로 아꼈던 물건-의 이야기는 이러니 저러니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곧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고, 측은해지기 마련. 특히나, 머리핀이나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부채-대게 어린 아가씨들이 몹슬 병에 걸려 죽으며 이별을 안타까와 했던 물건-가 부리는 표독스런 칭얼거림같은 것들이니.

비슷한 배경으로-혈의누는 섬뜩하다는 이야기에 보지도 못했지만-영원한 제국처럼 밤 사이에 횟불을 밝히고 뭔가 바삐 추적하는 오래전의 이야기도 정신이 홀랑 빠진 채 읽었던 것 같다. 밤의, 오래된(적어도 전기가 없던 시절)시대의 '도심'에 사람이, 귀신이 슬금슬금 그림자처럼 날아다니던 이야기가 내 취향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이야기들이다. (그런 맥락에서 '다모'도 낮보다는 밤이, 떳떳한 대화보다는 남이 듣질 않길 바라는 대화-그것이 음모든, 사랑 고백이든-가 많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그토록 열광했는지도!

게다가 병약한 샌님같은 도령이 창호지 문 뒤에서 그 밖의 세상을 꿰뚫어 보며, 기침을 콜록콜록하며 밤이면 용감하게 도성을 휘젓는 이야기이거나, 얌전한 규수로 자라다오!라고 소원하는 부모 밑에서 치마를 가랑이 사이로 핀 꽂고 담을 넘나드는 터프한 아가씨가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200% 사랑을 아끼지 않으리라!

xtoc 박스를 보다가, 최근 일본 드라마 폴더에 '백귀야행'이 있길래, 시험삼아 2편만 다운받아왔는데, 맙소사. 그 2편을 홀랑 보고 나니, 이게 왠 찝찝한 기분이. 아직 3시즌이나 남은 길모어 걸스도, 오래전에 받아둔 X화일 시즌 1도 다시 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사실 요즘 보는 드라마에 비해 무슨 '환상특급'같은 화면은 촌스럽고, 외면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백귀야행이잖아! 이런거라면 적어도 10편쯤은 쫙 미리 받아논 후 시작했어야 하는 것을!

쿄토에 있는 어떤 사무라이(와인 한잔에 기억이 안나는 임진왜란의 그 ....사람! 어쩌구 히데요시?)의 집일지도 모르는(어쩌다 집과 집 사이에 있는 쪽문으로 들어가, 입장료고 뭐고 내지 않고, 옆집 방문하듯이 들어가게 되었던 그 집. 박물관으로 꾸며진 집안을 돌아보고 교토 서쪽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앉아 있다보니 '어째서!? 이 집 주인인 당신이!'라는 의문이 들었던 집. 요즘 시대에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야망은 그런 장소와는(마치 도산서원이나 삼청동 즈음에 비유하면 좋을까)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오히려 여의도, 맨하탄, 청계천 뒷편 그런 곳이 '세상아!'라고 소리쳐봄직한 장소가 아닌가?) 곳에서 본 화첩들 사이에 있던 백귀야행. 여우가 시집, 장가 가는데 그 뒤에 수많은 귀엽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혀내민 귀신들이 쭉 질서있게 정렬하여, 헤벌레 따라가던 그 모습!

해코지하지 않는 귀신의 이야기라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오싹오싹 공포체험같은 것 말고, 서늘한 봄밤에 문을 열고 섬돌을 밟고 맨발로 앞마당에 나가면 여우랑 허연 달걀 귀신이 고개를 빼곰히 내밀고 있는다든지, 그런 귀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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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쓰와 아오아라시. 아오아라시는 너무 똑닮은 캐스팅. 하지만 인간이 먹을 것을 입으로만 와구와구 먹는다고 해서,아직 만화 속의 그 게걸스러움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



p.s 가벼운 음주(김빠진 와인이라면 충분히 가볍다고 할 수 있는)+블로그에 글쓰기(다시쓰기와 덮어쓰기가 쉬운)+거기에 더해 선행적이지 못한 사고방식(부산하고 너저분하며 결론없는 귀납식-언제라도 '-'와 ( )로 해결해버리는)+거기에 1년 설피 배운 불어식 수식방식(불어는 수식어가 뒤로 간다지 않았나? fille jeunne? 아닌가-_-; 불어가 아니면 뒤에서 수식하는게 뭐지?) 가 만들어 낸 정말 이상한 글. 이 습관이 굳어져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지껄이는데 재미까지 붙어서, 차분히 써야할 때는 무지하게 스트레스 받는다. (특히, 업무용)
2007/03/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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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style과 OCN 발 미드 열풍 속에 은은히 제 빛을 발하는 드라마가 하나 있으니, 2006년 가을 일곱번째 시즌을 방영한 Gilmore Girls. 평균 WPM(Words per Minute)이 그 어떤 드라마보다 높은 드라마일 것이다.(WPM은 패리스와 로리가 토론대회에 나갔을 때 패리스가 처음 주장한 단어로 기억한다. '로리, 우리가 토론대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WPM을 더 높여야 해'라면서 채찍질을 하던 패리스~) 아마, 김수현 드라마의 언쟁 씬보다도 말의 양도, 속도도 훨씬 앞지를 지도 모른다.

로리의 첫번째 남자친구 딘도, 로렐라이와 로리 모녀에게 아침-저녁을 꼬박 제공하는 한솥밥 식구 루크도 인정하는 대화의 30%가 농담과 뻥과 과장인 그야말로 경악스런 주인공들. 이 모녀의 어이없는 대화와 극단적으로 낙관적이었다가, 비관적이었다가, 햇볕이 내렸다가, 비가 내렸다가 하는 삶의 태도와 표정 전환이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한다. 딸(로리)로 등장하는 알렉시스 블레델의 저 극강의 미모도 이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하겠지만, 나는 뾰루퉁했다가 개구진 표정으로 이내 돌변하는 엄마 로렐라이 편이 더 정이 간다. 잘 보면 발음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맞춰 표정이 날씨 변덕부리듯 변한다.

이 드라마는 미국 코네티컷의 가상의 마을 스타즈 할로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난 설 연휴부터 시즌 1편부터 다시 받아보며, 그동안 놓친 에피소드, 장면을 보고 있는데, 문득 워너브라더스의 셋트장에 있는 가상의 마을 스타즈 할로우가, 전원일기의 양수리보다도 더 친근해지면서 '도대체 여긴 어긴가?'하고 인터넷을 뒤지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스타즈할로우는 이렇게 생겼다고 친절하게 그려놓았다. 아주 조그맣고, 긿잃을 염려 없는 작은 동네이다. 시즌 2의 로렐라이의 대사에 따르면 길 이름이 '복숭아, 체리, 자두 뭐 그런 이름들'인 몇개의 도로로 이루어진 정사각형의 아주 심플한 동네이다. 실제 이곳을 구글 sightseeing으로 찾아봤다. 실은 워너브라더스 셋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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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s Hollow outdoor set of "Gilmore Girls" at WB Studios. from Flickr.com&#13;&#10;


위키피디아에서 스타즈 할로우를 찾아보았다. 누군가들이 드라마 대사를 토대로 이곳이 어떻게 생겨먹은 동네인지 아주 완벽하게 구성해놓았다. 요약하자면, 스타즈 할로우는 WB 시리즈 길모어 걸스를 위해 만들어진 미국 코네티컷의 가상의 작은 타운이며, 마을 광장에 있는 자유의 종에는 "스타즈 할로우의 벨은 마을의 첫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1780년에 만들어 졌다. 이 종은 처음 울리던 날 금이 갔으며 무게는 2080 파운드나 나갔다. 타종 소리는 E-플랫이다. 1944년 6월 연합군이 프랑스에 상륙했을 때, 이 벨소리가 미국 전역에 방송되었다."라고 써있다라든지, 이런 내용.

[시즌 2에서 제스가 Luke의 집에 처음 왔을 때, 반드시 사운드를 켜고 플레이!]

 이 마을에는 스타즈 할로우 고등학교,  Luke 식당, Gabby 꽃집, Doose의 수퍼마켓, Taylor의 아이스크림 가게, Weston 빵집, 우체국, 여행사, 빈티지 옷가게, 법률사무소, 신문 가판대, Faretta 이발소, Miss Patty의 댄스 스튜디오, 스타즈할로우 책방, 교회, Le Chat Club, 스타즈 할로우 뷰티 서플라이(레인이 엄마에게 반항하기 위해서 염색약을 사던 시즌 3 에피소드에 처음 등장), Al의 팬케익 월드(각종 세계 음식을 파느라, 더이상 팬케익을 팔지 않는다. 3시즌까지 매회 대사에 등장하지만 본 적은 없다.), 공원, 집시's와 가스 충전소, le chat  스타즈 할로우 음악사(캐롤 킹이 주인이다), Kim의 앤틱 가게가 있다. 그리고 한번도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Mrs. Kim 단골의 니트 가게가 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마을 광장은 워너 브라더스 야외 촬영 스튜디오에 있으며, 이것은 ER 병원 외관 셋트의 모퉁이를 둘러서 있다고 한다.

 이 마을은 분명히 가상의 마을이다. 어떤 장소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 낸 곳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위키피디아의 정보에 따르면 이 드라마 내에서 주인공들의 대사에 미루어 짐작해볼 때 하트포드(주인공 모녀의 부모와 외조부가 사는 곳, 그리고 로리의 학교가 있는 곳)와 30분 거리이며, 뉴헤븐과 22.8 마일 떨어져있는 곳이라고 한다.
Rory: Yes, I am. It’s got all the classes I want and some really great teachers, and plus, you know, as an added bonus, it’s really close to here.
Jess: 22.8 miles.
Rory: How’d you know that?
Jess: Do you Yahoo?
—Season 3, Ep. 18 "Happy Birthday,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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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 드라마 속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따라 몇가지 계산을 해보면, 코네티컷의 월링포드 경계에 있는 Meriden이라는 곳이 유력하나, Middlebury와 Plantsville도 유력한 후보이다. 하지만, 말해줘도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 뻔한-실제 위치가 어딘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모두가 오래된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신호등 하나도 낯설어 하는 원시인처럼 행동하고(심지어 로리는 오후 반나절만에 뚝딱 뉴욕도 다녀오는 거리에 있는데 말이다), 아직도 통나무집같은데에서 마을 회의를 매주 열고, 사람들이 꼬박꼬박 참여하며, 더우기나 무슨 구실만 생기면 축제를 열어대는 이 마을 자체이다. 시즌 1, 2에는 갈색 자켓을 입은 남자 하나가 등장인물들 주변을 서성이며 실연당한 남자처럼 노래를 해대는데, 시즌 1의 마지막에 갑자기 이 마을에 가죽 자켓을 입은 음유시인을 자청하는 히피 하나가 나타나 마을 회의에 음유시인에 라이센스를 주는 문제-즉, 갈색 재킷을 입은 먼저 활동한 사람에게 독점권을 주는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된다.

 마을은 원시 공동체같은 모습이지만, 주인공들이 하는 일은 어찌나 많은지. 하루 48시간을 쓰는 건지, 아니면 주인공들이 말을 속사포처럼 해서 시간을 2배나 널널하게 사용하고 있는건지. 하루만 이 드라마에 채소뿌리를 파먹는 두더쥐로 출연해, 마을 회의에 올라가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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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ing Beauty, 로리




 
2007/02/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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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타임즈'같은 옴니버스 영화를 보고 나면 꼭 사람들에게 묻는 말, '어느 에피소드가 젤 좋았어?'

지금은 어느 시골 정미소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크고 묵직한 미닫이 문. 그 앞에 놓인 당구대를 정리하던 서기가 여름의 서늘한 시멘트 바닥을 따각따각 걸어가, 모서리가 닳은 서랍을 열어 편지 한통을 꺼낸다. 그 편지를 들고 다시 따각따각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순간 극장을 눅눅하고, 서늘한 초여름의 그늘진 창고로 만들었다. 가슴 한켠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여름 곰팡이 냄새, 놀라운 발자국 소리. 짖굿게도 Rains and Tears가 나오고, 나도 그들의 순간에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이 서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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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6 00:21

마음이 헛헛할 때 늘 꽂히는 광경. Grey's anatomy season 3 ep.13을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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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 마치 딸기를 따고 돌아가는 스머프같은 뒷모습.


(Bailey catches the four attending sitting on the floor)
Bailey: These are your letters of support (hands out folders) for my free clinic. Sign them!
Preston: Why do you want this clinic so badly?
Derek: You're a surgeon.
Bailey: Because I need something more! I know you all have your messy lovelives and your secrets and your silliness but I want more. I, need something to hold on to. I need a reason to believe that medicine could do more than stitch you up and send you away. I need to believe that medicine cannot only save lives but change lives. I need (attendings looking and listening attentively to bailey). I need (pauses) to believe in something the way I used to believe in you all.
(all four still looking at bailey)
Bailey: Sign the papers! Sign the papers!

(위 대사는 사랑하는 tv.com에서)

베일리, 나는 그녀가 잔머리 굴리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독하게, 누구보다 솔직하게 일을 하고, 사람을 기르고,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 미국식 고토 센세가 아닌가!

한편으로는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였다가-'종합병원'의 독사와 같은-또 가장 쉽게 극적인 순간을 통해 변신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녀가 임신했을 때, 그리고 지금.

2007/01/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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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악어 제이크

'조경란의 악어이야기'에 보면 작가가 25살까지 밥상을 끌어앉고 살았던 이야기가 나온다. 식사시간이 되면 뺐겼다가 식사가 끝나면 다시 책상으로 돌아오는 밥상을 안고 25살까지, 무언가를 기다렸던 이야기이다. 그 기다림의 끝에 조경란은 작가가 되었다. 저자는 '조경란의 악어이야기'라는 자전적 제목을 단 이 책에서 그 간절한 기다림의 시간에 대해서 기록한다.

조경란의 악어이야기는 [전설의 악어 제이크]라는 일본의 25부작 TV 프로그램에 조경란 자신이 스물 여섯번째 에피소드를 더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삽입되어있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준코 야마시타의 일러스트도 에피소드당 한 컷씩 볼 수 있는데, 기다림의 끝에 찾아오는 터닝포인트, 그 순간에 나타나 꼬리를 흔들며, 흘겨보는 악어 제이크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조경란의 악어이야기를 보고, 이누도 잇신이 감독했다는 그 전설의 악어 제이크를 찾아 보려고 클럽박스며 당나귀며 온 갖 경로를 다 검색해보고, 일본 아마존을 통해 주문도 해보려 했으나 이미 절판. 마침, 연대에서 저자가 강의를 하고 있다길래 그 수업을 듣는 아는 이를 통해 복사본을 구해보려 했지만, 똑부러지게 거절하셨다고.

제이크, 전 세계에서 목격

제이크, 전 세계에서 목격

지인의 일본 여행에 짐짝처럼 따라가게 되어 지나다 레코드점이 보이면 들러 제이크 DVD가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전설의 악어 제이크를 일본어로 어떻게 적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몇개 기억나지 않는 한자를 간신히 조합해 傳說의 악어 Jake라고 적었는데, 누구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 긴자의 어떤 직원이 무릎을 치고는 스펠링을 적어주었는데, '전설'의 한자를 약자로 쓰더라. 게다가 내가 ワニ(와니)를 계속 크로커다일이라고 했으니 그들의 언어와 거리가 멀 수 밖에. 伝説のワニ ジェイク. 덴세츠노 와니 제-쿠.

결국 그가 적어 쥐어준 쪽지를 가지고 몇군데 레코드 샵을 들른 끝에, 시부야에서 발견했는데 이게 2권으로 되어있는데다, 장당 2800엔이라는 가격을 달고 있어서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끝내 가게를 1층부터 6층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방황하다 손에 들고 나왔다.

뿌듯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와 DVD를 틀었는데, 역시나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일본어가 들릴리가 있나. 하지만 조경란의 악어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에 일러스트로 실려있는 제이크를 목격한 에피소드가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하니 대충 그림을 맞추어 가며 보면 지금 대략 무슨 이야기구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꼬리 흔들며 움직이는 제이크를 보는 것이 DVD의 또다른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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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목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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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페이지, 20세, 모델(시바사키 코우), 마이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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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악어이야기에 이 그림이 등장하는데,
관련한 에피소드는 42세 보석상인이 이혼을 위해
뉴욕에서 주네브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짐을 찾다 보니
사람들이 다들 제이크를 안고, 메고, 업고 있었다는 이야기.

"빛은 항상 있는 것이에요.
보일 때가 있고, 보이지 않을 때도 있을 뿐
빛은 항상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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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번째 목격담. 앨런 27세, 잡지 편집자(카세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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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유령처럼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어린 시절 목격담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조경란의 악어이야기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추측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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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갔다가 새둥지를 발견했는데, 저 속에 제이크가 음흉스럽게 앉아있더라.
뻐꾸기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역시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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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놀고 난 다음날이었어요.
오후에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는데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죠.
담배 한 모금을 빨았는데, 숨쉬기가 힘들고 머리가 아파왔어요.
세면대로 달려가 토하려는 순간에 제이크를 보았어요.
보자마자 제이크인줄 알았죠."

19세, 무직자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28세 초밥 요리사의 목격담.
새벽에 식당을 쓸고 닦고 있다 물을 끌이려고 성냥불을 붙이는데 제이크가 등장한다.
성냥을 앙- 물고. 이 일러스트는 가장 아끼는 탓에 생략.

DVD를 AVI같은 화일로 뜨는 법을 알면 좋을텐데.
 [이미지 몇 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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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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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최슬기 선생님의 외로운 고백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아닐지. "자, 오늘은 최근에 가장 슬펐던 일을 이야기해볼까요?"와 같은 간이 모자란 심심한 질문으로 원탁 모임을 해봤자, 펄쩍 뛰는 것은 정지훈이고, 내탓이오 내탓이오 머리를 쥐어뜯는 것은 오달수이니 <신세계병동> 환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의사의 눈에는 똑같은 증세를 보이는 환자일 뿐이다. 이 영화에서 의사들은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환자들의 삶에 초대받지 못한 하얀맨들일 뿐이다. 참 딱하고 무기력하다. 그래서 어쩌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엔딩크레딧에 작게 박힌 최슬기 선생님이 박찬욱 감독에게 커피 한잔에 옛다~, 그랬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애니웨이,

이하, 스포일러 경고

사람들한테 적당히 미움받지 않고, 어울리면서 웃어주면 <안티 소멸>의 역할은 다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가슴 졸이며 살고 있는 이 시대 자기 비하의 A형들에게는 비처럼 타인의 캐릭터를 훔쳐서 연기하는 것이 공허한 속을 틀어막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느끼는 점점 작아지는 내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만 생각하는 자신감없는 니가 사실은 오늘 서울 강남에서도 마주치고 지나갔다.

우리에게도 동정심과 설레이는 마음, 망설이는 마음, 죄책감, 슬퍼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은 칠거지악이라는 사이보그의 강령(영화보면서 감동으로 아로새긴 말씀이라 사실 위의 순서가 '이상 나쁜 순서대로'인지는 잘 모르겠다)이 필요한 연말인지도 모른다. 연봉협상과 대인관계 연말 정산같은 과제가 아니더라고 우리 마음을 하루에도 일곱번은 들었다 놨다 하는 사건들이 산재해있지 않나. 

오십이만구천육백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측정할 건덕지도 없다는 존재에 대한 배신감이 싸대기를 갈기는 요즘, 010-7128-5384에 전화해서 여기 사이보그 하나 기름칠 신고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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