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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로드간즈'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11/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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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은 건망증에 걸리기 딱 좋은 해이다. 올해 경험한 중요한 사건들이 서로 연관성이 없이, 하나의 미드를 끝내고 다른 미드로 넘어가듯이 그렇게 무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을 축제의 장소와 동시에 공권력의 폭력이 횡행하는 장소로 경험했고, 그것이 이렇게 3개월이나 갈지도 몰랐고, 동시에 어떻게 되어갈지 막막한 와중에 인도 여행을 갔다. 달라이라마를 만났고, Free Tibet 운동을 하는 청년들을 만났고, 인도에서 촛불집회에 나갔다. 델리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과 한국 '뒷따마'를 깠고, 친구를 만나러 중국에 갔다가 올림픽에 환호하고 있는 거리의 중국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가을이 시작됐다. 안재환이 죽었고, 최진실이 죽었다. 만나본 적이 없는 한사람 건너의 사람들이 자살을 했고, 주변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장례식에 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마다 인도의 북쪽 라다크의 '레'의 게스트하우스의 '소남'이 아침마다 마당에서 갓 딴 민트로 끓여준 차가 생각이 났고, 그 차를 마시면서 '오늘은 뭘할까?' 생각하며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깨우던 시간이 생각이 났다. '틱세곰파'에 갔을 때 쨍한 히말라야의 햇살 아래 드러난 거칠고 마른 땅의 그림자들이 생각이 났다. 이전까지는 불교와 달라이 라마 등을 생각하면 마음의 행복, 평정심을 어떻게 유지할까, 그런 것만 생각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나에게 귀찮은 것, 상처주는 것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나의 마음을 평온하게 지키는 식으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여행 후에는 히말라야의 햇살과 바람아래 퍼석퍼석하게 드러난 땅처럼 세상과 나의 외부와 피하지 않고 만나자, 모든 것은 흘러간다, 그것과 대면하자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서울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마음은 조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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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달라이 라마는 부처님을 믿고 바라는 것이 불교가 아니라,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이 수행되어야 불자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티벳의 스님들이 큰소리로 손바닥을 치며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며(드라마 드래곤 사쿠라에서 아이들이 수학을 배울 때 탁구하는 자세로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나와 세상에 대해서 존재론적인 성찰을 하고, 이치를 깨달아 가는 오랜 배움의 시간이 생각이 났다. 티벳 불교에는 위 사진에서와 같이 오랜 말씀들이 'library'에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고, 그 경전들과 대화를 하며 수행하는 '나'들이 있다. 달라이라마 일행이 1956년에 라싸에서 인도로 망명을 올 때에도 경전들을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왔다고 한다. 한 한국 스님 말씀이 달라이라마가 티칭을 하실 때 몰려든 수백명의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데, 바로 그 식당에 그 경전들이 쌓여 있더라고 했다. 그것은 그들이 경전을 가치없게 여긴다거나, 보관하는 시스템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경전을 보존하고 모셔놓아야 할 것이라기 보다 현재에 수없이 열어서 읽고 대화해야 하는 이야기들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학기 중간을 넘어 기말이 다가오면서 책을 읽는 것이 짜증이 치밀 때가 있다. 대합실에서 재미없고 관심없는 TV를 채널을 선택할 수 없어 꾸역꾸역 봐야 하는 느낌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책들을 만나기 위해 어떤 여행 왔는지, 어떻게 마련한 소중한 시간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만나고 싶어 찾아온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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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로드 간즈에서 델리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 산을 굽이 굽이 넘어 비틀비틀 내려온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멀리 맥그로드 간즈가 보인다. 제일 오른 쪽에 있는 것이 메인 템플 '남걀사원'. 어린이 보고 싶다.

덧. 오늘 문득 달라이 라마 티칭이 생각이 나서 법회가 끝나고 한국에서 온 단체 여행객 틈에 끼어서 찍은 사진을 검색해봤는데 구글 검색으로는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여행사 홈페이지에 올려준다고 했는데 여행사 이름이 생각나지도 않았고... 그런데 한 네이버 블로그에 사진이 올라와 있어서 깜놀! 어찌된 일인지 여행을 같이 갔던 막내 동생도 오늘 네이버에서 '달라이 티칭'이라고 검색해보았다는데, 우리 둘이 텔레파시가 통했나?! 아, 너무 기쁘다. 내 바로 아래 황토색 옷을 입은 '어린'의 모습도 보인다.

퍼뜩 인도에서 찍은 사진 중에 저 맥그로드 간즈를 떠나오는 길에 찍은 필름을 현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질녘에 몇 컷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통 어디에 갔는지...? 집에 가자마자 필름부터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필름나라에 맡기고 3달이나 잊고 있었던 필름 3통도 어서 찾아야지.(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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