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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11/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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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좌 뉴타운 철거가 한창이다. 가좌 뉴타운이 약 4구역까지 있는 것 같은데, 남가좌동 지역인 1구역은 벌써 개발 막바지라 아파트에 유리창을 달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 '깨찰빵'을 처음으로 팔기 시작해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식감의 충격을 주었던 '뉴욕 베이커리'에 대문짝 만하게 뻘건 글씨로 '철거'라고 도장 찍혔을 때 얼마나 상실감이 들던지. 매일 친구들이 전학을 떠나가는 교실에 쓸쓸히 박혀있는 기분이었다.

우리집은 지난 6월에 이사했다. 구역의 한 가운데부터 사람들이 떠나가기 시작하더니, 집을 골격만 남기고 다 뜯어내버려 동네가 을씨년스러워질 무렵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 엄마가 재빨리 일주일 사이에 집을 구해서 이사를 결정해 행동으로 옮겼다. 상점들이 보상금을 놓고 협상을 하다가 몇번인가 결렬되었다고 하더니, 도로 주변의 상점들에 '단결투쟁'이라는 깃발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꽤 늦게까지 남아있던 '안젤리카 빵집'이 14일까지 영업을 하고 15일인가 이사를 간다고 한다. 빵집 바로 오른편에 예전 우리 집이 있어서 우리집 1층의 창고를 빵집이 쓰고 있었기에 우리 엄마와 빵집 주인 아주머니와는 서로 시골에서 가져온 야채와 빵을 교환하며 정을 쌓아온 관계였다. 안젤리카 빵집의 호두가 박혀있고 단팥과 초코를 믹스해 속을 채워 넣은 페스츄리는 꽤 맛이 있었는데. 얌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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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던 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제일 문방구는 이사한지 오래다. 북가좌 초등학교 근처 육교 아래로 이사한 것을 지나가다 보았다. 문방구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금슬이 좋아서 이른 아침이면 아저씨가 예나 지금이나 까만 화물 자전거로 아주머니를 뒤에 태우고 와 가게 문을 함께 열고, 저녁 9시가 되면 또 항상 나타나 아주머니를 뒤에 싣고 또 집으로 차르륵 차르륵 가곤 했다. 가게 문을 닫는 시간은 8시대의 드라마와 9시 뉴스가 시작하는 그 사이쯔음이었던 것 같다. 제일 문방구 가게 안은 내 꿈의 단골 장소이다. 바닥부터 선반까지 사방에 노트와 프라모델이 총총히 박혀있는 그 작은 골방에선 못 구하는 물건이 없었다. 내 꿈에선 이 문방구가 되게 오래된 장인들이 재봉틀 소리에 맞춰 색색 공으로 저글링을 한다거나 비단을 찍어 낸다거나, 종이학을 접어 까만 밤에 강물에 총총히 흘러 보낸다거나, 그런 마술적인 공간으로 등장하곤 했다. 그곳의 지휘자는 언제나 그 사이좋은 주인 부부였다.

어제 집에 가는 길에 보니,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던 '샤론 꽃집'에서 불이 났다. 2차선 도로에 소방차가 즐비했다. 다행히 큰 불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2층엔 작은 여관이 있고, 워낙 작은 집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로 총총히 붙어있는 곳이라 불이 번졌다 하면 꽤 큰 사고가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예쁜 꽃도 없고, 특별히 '플로리스트'라고 할만큼 트렌디한 꽃다발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스승의 날이나, 부모님 생일에 사갈만한 카네이션과 장미꽃이 있고, 어느 집이나 방문에 걸어놓음직한 'Welcome'이라 적힌 작은 칠판이 달린 포프리를 팔던 곳. 이주해 나가고 철거를 마친 집이었지만 사람이 떠나간 집일 수록 '왜 불이 난 걸까?'에 대해 오만가지 상상이 든다. 재개발 조합에 이주를 신청하면 이주 날짜에 이사를 떠나고 나면 바로 사람들이 와서 수도와 전기, 가스를 끊고 창문을 다 뜯어낸다. 집없는 사람들이 들어와 살 수 없도록. 그런데 가스와 전기가 끊긴 이 집에서 왜 불이 났을까? 커다란 창문이 없던 조그만 3평짜리 가게를 바람막이 삼아 담배를 피우고 컵라면을 먹으면서 살던 어떤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남가좌동에 2년만에 센트레빌이 솟아올랐듯이 이곳도 2년 안에 래미안이나 아이파크같은 것이 생겨나겠지. 도대체 이런 재개발은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도대체 그 이익은 누구에게 가는 걸까? 막, 화딱지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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